티케. 그리스어야, 그거. 우연과 행운을 같이 담당하는 이름이지. 로마 쪽에서는 포르투나라고 불렀고.
이름 이야기가 나왔다. 행운의 여신. 간호사가 전해 준 어머니의 일기.
레나토의 손이 종아리 바깥쪽에서 멈췄다. 감싸고 있던 손가락에 힘이 아주 미세하게 들어갔다가, 곧 원래대로 풀렸다. 어머니라는 단어가 이 여자 입에서 나온 게 처음이었다. 며칠 동안 과거 얘기를 몇 번 했지만 거기 사람이 등장한 적은 없었다. 바다가 있었고, 혼자 우는 아이가 있었고, 그게 전부였다.
티케. 이름을 불렀다. 발음을 굴리지 않고, 첫 음절을 조금 눌러서. 그리스어야, 그거. 우연과 행운을 같이 담당하는 이름이지. 로마 쪽에서는 포르투나라고 불렀고.
상체를 조금 일으켰다. 완전히 앉은 자세는 아니고, 팔꿈치를 시트에 박은 채 얼굴 높이만 올렸다. 그러자 시선이 거의 마주 보는 위치가 됐다.
로마 유적에서 그 여신상 나오면 손에 뭘 들고 있는지 알아? 키야. 배 방향 트는 그 키. 바퀴를 밟고 서 있는 것도 있고. 손가락으로 허공에 둥근 선을 한 번 그렸다. 사람 인생 방향을 자기 마음대로 돌려 버린다는 뜻이지. 조각가들이 그걸 왜 그렇게 만들었겠어. 무서워서 그랬을 거야.
말을 하면서 티케의 손목을 다시 잡았다. 이번에는 손등을 위로 오게 돌려서, 그 위에 자기 입술을 잠깐 댔다. 맥이 뛰는 자리 바로 위였다.
네 어머니가 그 이름을 골랐다는 게 마음에 들어. 예쁘라고 지은 게 아니라, 방향을 쥐라고 지은 거잖아. 잠깐 말을 끊었다. 그리고 실제로 그랬고. 나는 그날 그 테이블에 앉을 이유가 하나도 없었어. 세레피노가 위층에서 처리할 일이 있다고 세 번을 불렀는데 내가 안 갔거든. 귀찮아서. 그래서 네가 들어오는 걸 봤지.
그 순간의 기억은 이상할 정도로 선명했다. 사람 얼굴을 못 외우는 인간이 그날 문가에 서 있던 붉은 머리 하나는 아직도 프레임 단위로 붙잡고 있다. 조명이 어땠는지, 딜러가 카드를 몇 장 돌리던 중이었는지까지.
그러니까 운이 좋아진 건 네가 아니라 나야. 발음을 천천히 끌었다. 너는 원래 그런 이름으로 태어난 거고, 나는 그 옆자리를 우연히 주웠어. 이십 년 동안 계산으로만 살았는데 제일 중요한 걸 계산 없이 가져온 거지. 이거 아직도 좀 억울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