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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밤은 짧고 넌 당연하지 않아
#I_wanna_rock_with_you
너 진짜 위험한 여자야.
2026.08.09

이 바닥에서 제일 무서운 게 그런 인간이야. 뭘 원하는지 모르니까 대비를 못 해.

나는 지금 완전히 무방비로 앉아 있는 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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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박이냐고 물었다. 그 단어에 목구멍 안쪽이 짧게 긁혔다. 이 도시에서 레나토 코르보의 부탁과 협박을 구분하려고 시도한 인간은 지금까지 없었다. 애초에 구분할 필요가 없었으니까. 그가 무언가를 말하면 그것은 결정된 사항이었고, 상대는 고개를 끄덕이거나 다음 날 아침 강물에 떠올랐다. 그런데 무릎 위에 앉은 사람은 그 둘 사이의 경계선을 손가락으로 짚어 보이며 웃고 있었다. 마치 오래된 필사본의 잉크 번짐을 짚어내던 그 손짓과 똑같이.

협박이었으면 네 손목에 벌써 뭐라도 채워놨겠지.

낮게 흘러나온 말끝이 두 사람 사이의 좁은 틈에서 뭉개졌다. 레나토는 고개를 아주 조금 기울여 이마의 각도를 바꿨다. 콧등이 스쳤다.

부탁 맞아. 인정할게. 대신 이건 기록에 남기지 마.

소파 가죽이 등 뒤에서 다시 한번 길게 울었다. 창밖에서는 이제 종소리가 완전히 멎었고, 대신 정원사가 화단의 마른 가지를 자르는 규칙적인 금속음이 들려왔다. 사각, 하는 소리가 일정한 간격으로 반복됐다. 저택 어딘가에서 문이 닫혔고, 복도의 대리석 위를 지나가는 구두 소리가 멀어졌다. 도메니코일 것이다. 커피잔을 회수하러 왔다가 문 앞에서 방향을 돌린 모양이었다. 20년 동안 저 남자가 익힌 유일한 기술이 그것이었다.

그렇게 싫으냐고 물었다. 다른 사람과 살았다고 추측당하는 것도. 레나토는 그 질문을 받고 곧바로 대답하지 않았다. 뺨을 감싼 손 위로 자신의 손을 올려 포갰다. 손등이 작았다. 이 손으로 물감을 개고, 종이를 접고, 낡은 책장을 넘겼다. 그리고 지금 자기 얼굴을 붙잡고 있었다.

싫어.

단어 하나가 떨어졌다. 군더더기가 붙지 않은 채였다.

죽고 나서 몇 세기가 지난 일인데 뭐가 대수냐고 물으면 나도 할 말은 없어. 그때쯤이면 나는 재고, 이 저택은 관광객들이 사진 찍는 건물일 테고, 코르보라는 이름은 어느 논문 각주에나 붙어 있겠지. 근데 티케.

엄지가 광대뼈 아래를 다시 한번 쓸었다. 이번에는 아까보다 느렸다.

그 각주를 읽는 놈이 네 이름 옆에 다른 글자를 붙여서 상상하는 거, 그거 하나가 견디기가 어려워. 이유는 나도 몰라. 이미 죽어서 아무것도 못 느낄 인간이 왜 그런 걸 미리 신경 쓰는지. 아마 내가 좀 어딘가 고장 나 있어서 그럴 거야. 그건 네 탓이 아니라 내 탓이고.

말하는 동안 그의 시선이 한 번도 다른 곳으로 새지 않았다. 나른하게 풀려 있던 눈매가 이 대화가 시작된 이후로 계속 열려 있었다. 붉은 머리카락 몇 가닥이 두 사람의 이마 사이에 끼어 있었고, 레나토는 그것을 치우지 않았다. 오히려 그 상태가 마음에 들었다. 서로의 것이 섞여서 어느 쪽 것인지 구분이 안 되는 그 상태가.

그러다 문득 다른 생각이 하나 끼어들었다. 이 사람은 방금 못 들은 걸로 하란 말을 취소하라고 했다. 부탁하는 장면이 귀하다고. 그러니까 이 사람은 지금 레나토가 무엇을 놓치고 있는지를 정확히 짚어낸 것이었다. 필사본의 여백에서 지워진 문장을 찾아내던 것처럼, 남자의 문장에서 지워지려 했던 부분을 붙잡아 다시 펼쳐놓았다.

레나토의 어깨에서 힘이 빠졌다. 등이 소파 안쪽으로 더 깊이 묻혔고, 그 바람에 이마가 잠깐 떨어졌다가 다시 붙었다.

너 진짜 위험한 여자야.

웃음기가 섞였다. 그러나 목소리 자체는 여전히 낮았다.


남의 약점을 이렇게 잘 찾아내면서 그걸로 뜯어낼 생각은 전혀 안 하잖아. 이 바닥에서 제일 무서운 게 그런 인간이야. 뭘 원하는지 모르니까 대비를 못 해. 나는 지금 완전히 무방비로 앉아 있는 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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